손미 시인 / 믿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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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걷어차면
저 안에서 누가 죽는다
낮고 부드러운 보따리
실종된 비행기에 실림 짐들은
어디로 갔나
보따리를 발로 찰 때 저 안에서 벌떡 서는 것
나는 저것을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저 안에서 누가 피아노를 친다.
나를 둘러싸는 막
불이 꺼진 보따리
오래 이주하는 동안
때때로 짐이 바뀐다
내 보따리는 어디 있나
나는 그걸 버리러 온 건데
아무도 못 열게 꽁꽁 싸매서
모두 나 샐을 뒤지다 갔다
나는 너의 침대에서
얇은 이불의 뒤집어쓴다
보따리는 움직이고
걷어차면 서고 솟아오른느데
나는 저것을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던지면 사람처럼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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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황.
무언가가 안에 든 보따리는
걷어차여지고, 걷어 차면
누가 죽는다.
보따리 안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내가 버리려던 보따리는 어디로 가고
아무도 못 열게 꽁꽁 싸맨 보따리를 펼쳐보겠다고
모두 내 살을 뒤지다 갔다.
다시 막을 뒤집어쓰고
보따리는 보따리가 된다.
보따리를 걷어차면 서고 솟아오르는데
보따리를 안아야할까 도망가야할까
오래 이주하다보면
때때로 짐이 바뀌는데
왜 사람들은 보따리를 계속 풀려고하고
던지면 사람처럼 깨질 거 같은
위태로운 보따리
나는 보따리를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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