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마트로시카

손미 시인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마트로시카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뱃속을 이야기해
우리는 하나의 어미를 가졌으나 잃어버렸고, 물고기 뱃속에 매달린
물방울의
위성의
뱃속에 대해 이야기해

물고기는 물고기의 얼굴을 먹고 있네

우리의 기도는 저, 살코기에 대롱대롱 붙어 있어 그러니 이제부터 아주 금속적으로 노래하자 허리가 더욱 딱딱해지게 가시를 열고 다른 뱃속으로 뛰어내릴 수 있게

아침밥으로 삼키던 물고기의 등과 다른 전파를 가진 물방울들
우리는 하나의 머리털을 가졌었지만 잃어버렸지

요즘, 자주 배꼽이 아파, 여기 사는 건 누구니?

내가 했던 기도는 아직
전달에
전달 중

오늘도 너와 나의 살 사이엔 길 잃은 우주선 하나 날아오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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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의 이미지가 보인다

하나는 몸속 또는 얼굴안의 얼굴을 가진 이미지들 (마트로시카 인형과 물고기를 잡아먹은 물고기)
하나는 집합 속의 또다른 집합으로 같은 공간에 속해있다고 느껴지지만 다른 차원(공간)에 살고 있어
만날 수 없는 똑같이 생긴 두 형상의 이야기

시는 뱃속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미의 뱃속을 가졌으나 어미를 잃어버리며 세상에 나온 우리와
물고기의 뱃속에 있으며 매달려 있는 물방울과 위성의 뱃속에 관해 이야기한다

물고기는 물고기의 얼굴을 먹고 있다.

어미의 뱃속엔 내가 있었고
물고기의 뱃속엔 물고기가 있다
마트로시카 뱃속엔 마트로시카가 있다.

하나의 세계를 벗어나기위한 준비
허리를 딱딱하게 하고 뱃속의 가시를 열고 세상을 찢고 나갈 준비를 하는 우리

요즘 자주 배꼽이 아프다.
나의 뱃속에서도 누군가 찢고 나올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안을 향한 기도는 전달에 전달 중이지만
똑같은 얼굴의 나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

세상을 찢는 연결이 이루어지기 전
어미를 찢고 나와
뱃속이 뱃속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우주와 같은
다른 차원의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연결되는 우주선 하나가 날아오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