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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천10

오늘의 화자는 지평선을 넘어갑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날이면 까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만약 내가 우주에 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구름을 넘어선 까만 어둠. 텅 빈 칠하지 못한 밤 한가운데. 약속할게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올게요. 잠깐만, 아주 잠깐만 우주에 다녀와도 될까요? 지구의 불빛들이 별들로 보이는 소우주. 우주복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네요. 살면서 내가 뱉는 호흡을 이렇게 뚜렷하게 들어본 적이 없어요. 혼자 있다는 두려움인지 빈 우주에 대한 경외감인지 모를 떨림. 아직 살아있군요. 왜 설레는 걸까요? 허둥대지 않고 눈을 크게 떠봅니다. 아아, 들리십니까? 여기는 우주입니다. 거기는 지구이지요? 우리는 서로를 먼지만큼 알고 서로를 먼지처럼 보고 있습니다. 먼지만 한 당신이 빛을 만들어 냅니다. 전등을 흔들어 인사.. 2023. 6. 19.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방문자들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book.naver.com 방문자들 너는 있었다. 은백양나무 위 정박한 수레의 모습으로. 빌려 입은 몸이 불시착한 협곡에, 하루 한 번 꼬리를 자르는 자오선에. 바퀴의 진흙을 털었다. 흙에 찍힌 표식을 따라 수레를 끌던 남자와 짝짝이 벙어리장갑과 팔꿈치가 사라졌다. 언젠가 나무에서 꼬꾸라진 딱지들 왜 끌고 가지 않는가. 둥근 것을 끌고 싶은 사람들을. 내가 사랑하는 것은 콩자루를 짋어진 등. 사랑하는 너의 말을 나는 알아들울 수 없다. 끌려간다. 은백양나무 아래에서 바퀴가 .. 2021. 8. 9.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못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book.naver.com 못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목에 걸린 못 때문에 여기까지 키가 자라면 저걸 뽑아야지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며 저것만 빼면 살 것 같다 다시 만나자 사람들은 작별을 고하며 갔다 목에 걸린 못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고 너를 사랑한다 점점 피 냄새가 없어지고 속을 파내면서 발버둥 칠 때 툭-- 목이 뜯기는 -------------------- 나는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키가 자라면 못을 뽑을 생각이었는데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면서 내 못을 .. 2021. 8. 9.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공중그네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book.naver.com 공중그네 그네의 목표는 끊는 것, 끊어 버리는 것. 우리는 그네에 한 개씩 앉았다. 엉덩이에 밧줄을 매단 이런 우아함과 관계있고 싶다. 목에 줄을 감고 공중에 매달린 고상한 사람들과 말을 하고싶다. 아무도 오지 않는 찻잔 속 불쑥불쑥 나타나 다오. 귀신이라도. 뛰어내릴 수 없다면 목에 꼭 맞는 밧줄이라도...... 내 머리 위에 꼬리라도, 신선한 밧줄이라도...... 내내 괴롭다. 그네를 타기 전에 그네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이. 바지를 입기 전에.. 2021. 8. 9.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마트로시카 손미 시인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book.naver.com 마트로시카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뱃속을 이야기해 우리는 하나의 어미를 가졌으나 잃어버렸고, 물고기 뱃속에 매달린 물방울의 위성의 뱃속에 대해 이야기해 물고기는 물고기의 얼굴을 먹고 있네 우리의 기도는 저, 살코기에 대롱대롱 붙어 있어 그러니 이제부터 아주 금속적으로 노래하자 허리가 더욱 딱딱해지게 가시를 열고 다른 뱃속으로 뛰어내릴 수 있게 아침밥으로 삼키던 물고기의 등과 다른 전파를 가진 물방울들 우리는 하나의 머리털을 가졌었지만 잃어버렸지 요즘.. 2021. 8. 7.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컵의 회화 손미 시인 / 믿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book.naver.com 컵의 회화 한 번씩 스푼을 저으면 내 피가 돌고 그런 날, 안 보이는 테두리가 된다 토요일마다 투명한 동물로 씻어 엎으면 달의 이빨이 발등에 쏟아지고 난간을 따라 걷자 깊은 곳에서 녹색 방울이 튀어 오른다 살을 파고 모양을 그리면서 백지 위 젖은 발자국은 문고리가 된다 다른 몸으로 나갈 수 있겠다 --------------- 컵 속 스푼을 휘저으면 모여있는 형체는 일그러지고 바깥으로 밀려난다 거품은 테두리가 되고 거품의 안쪽은 더욱 깊은 아래로 쏟.. 2021. 8. 7.
민음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보따리 손미 시인 / 믿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book.naver.com 보따리 걷어차면 저 안에서 누가 죽는다 낮고 부드러운 보따리 실종된 비행기에 실림 짐들은 어디로 갔나 보따리를 발로 찰 때 저 안에서 벌떡 서는 것 나는 저것을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저 안에서 누가 피아노를 친다. 나를 둘러싸는 막 불이 꺼진 보따리 오래 이주하는 동안 때때로 짐이 바뀐다 내 보따리는 어디 있나 나는 그걸 버리러 온 건데 아무도 못 열게 꽁꽁 싸매서 모두 나 샐을 뒤지다 갔다 나는 너의 침대에서 얇은 이불.. 2021. 8. 2.
민음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속 손미 시인 / 믿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book.naver.com 속 거기 누가 있습니까 안에서 색칠하고 있습니다 도항증을 가지고 가면 사라진 여객선이 있습니다 도미토리에서 몇 명이 잡니까 산 사람 죽은 사람 지나간 사람 태어날 사람 침수 식물은 자라고 있습니다 안에는 누가 있습니까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리 많습니까 깨지는 줄도 모르고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어떻게 빠져나갑니까 길 잃은 여객선이 여기저기 부딪힙니다 살을 찢고 나올 것 같습니다 거기 뭐가 있습니까 입구도 없는데 뭐가 .. 2021. 7. 28.
민음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통근 기차 손미 시인/ 믿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book.naver.com 통근 기차 승객 여러분 뼈를 깨끗이 씻고 탑승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등을 보며 육류비빔밥을 먹을 것입니다 길이 없지만 출발해야 합니다 누군가 기차를 잡고 앞으로 밉니다 우리는 출발합니다 살러 갑니다 내 머리를 잡고 꿈틀거리지 좀 마세요 숨을 참으면 연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 부드러워질 때까지 핏물이 빠질 때까지 썰기 좋은 고기가 될 때까지 우리는 매일 출발하고 있습니다 기내식은 육류비빔밥 우리는 출발합니다 제발 움직이지 마세요 너무..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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