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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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들
너는 있었다. 은백양나무 위 정박한 수레의 모습으로. 빌려 입은 몸이 불시착한 협곡에, 하루 한 번 꼬리를 자르는 자오선에.
바퀴의 진흙을 털었다. 흙에 찍힌 표식을 따라
수레를 끌던 남자와 짝짝이 벙어리장갑과 팔꿈치가
사라졌다. 언젠가 나무에서 꼬꾸라진 딱지들
왜 끌고 가지 않는가. 둥근 것을 끌고 싶은 사람들을.
내가 사랑하는 것은 콩자루를 짋어진 등.
사랑하는
너의 말을 나는 알아들울 수 없다.
끌려간다. 은백양나무 아래에서 바퀴가 움직이면 땅이 출렁인다.
그림자를 흔들 준비가 됐다.
막 그친 비가 은백양나무에 걸린 수레를 본다
너는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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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있었다.
지금은 있는지 모르지만
정박한 수레의 모습으로 너는 있었다.
꼬리를 자르고 사라지는 자오선처럼 하루 한 번 있었지만,
수레바퀴의 진흙을 털면
그동안 쌓인 흙의 표식이 들어나고
흙에 찍힌 표식을 따라 남자와 벙어리장갑과 팔꿈치가 사라졌다.
매달려있다가 떨어진 것들
나무에서 꼬꾸라진 딱지들
왜 끌고 가지 않을까. 왜 떨어지게 놔두는 걸까
왜 사라지게 놔두는 걸까
둥근 것을 끌고 싶은 사람들을
동글한 것들은 한웅큼 자루에 짊어지고 가는데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끌려간다.
수레바퀴가 움직이면 들러붙은 표식은 출렁이는 땅을 따라 끌려간다.
그림자가 흔들린다.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입처럼
수레바퀴가 자오선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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