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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피터[이주의 시인]/손미 - 양파공동체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민음사 양파 공동체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공중그네

by 아주작은행성 2021. 8. 9.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양파 공동체

2013년 제3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손미 시인은 최근 활동하는 젊은 시인 가운데 놀랍고 신선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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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그네의 목표는 끊는 것, 끊어 버리는 것.

우리는 그네에 한 개씩 앉았다.

 

엉덩이에 밧줄을 매단 이런 우아함과 관계있고 싶다. 목에 줄을 감고 공중에 매달린 고상한 사람들과 말을 하고싶다.

 

아무도 오지 않는 찻잔 속

 

불쑥불쑥 나타나 다오. 귀신이라도.

뛰어내릴 수 없다면 목에 꼭 맞는 밧줄이라도...... 내 머리 위에 꼬리라도, 신선한 밧줄이라도......

 

내내 괴롭다. 그네를 타기 전에 그네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이. 바지를 입기 전에 바지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이. 차를 마시기 전에 찻잔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이.

 

그네의 목표는 희미해지는 것. 찻잔에 들어가 목만 내밀고 있다. 오랫동안 나를 우려냈는데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걸까.

우리의 목표는 희미해지는 것. 그리고 끝내 희미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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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는 것과 끊어 버리는 것을 원하는 화자는

그네에 앉아 있다.

 

우아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고상한 사람들과 말을 하고 싶었다.

목에 줄을 감고 공중에 매달린 사람들

희미한 사람들.

 

허공에 뜬 그네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누구라도 와주었으면 하는데,

 

불쑥불쑥 나타나줬으면

귀신이라도

아니면 밧줄이라도

 

말을 할 수 없는 관계들에 둘러져 괴롭다

나는 그네의 의사를 모르고, 바지의 의사를 모르고, 찻잔의 의사를 모른다.

 

그네의 목표는 지금과 같이 희미해지는 것

의사를 알 수 없이 희미해지는 것

 

나의 목표는 희미해지는 것.

끝내 희미해지는 것

 

의사를 물을 이유도 없이\

희미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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