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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피터[이주의 시인]

민음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보따리

by 아주작은행성 2021. 8. 2.

손미 시인 / 믿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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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걷어차면

저 안에서 누가 죽는다

 

낮고 부드러운 보따리

실종된 비행기에 실림 짐들은

어디로 갔나

 

보따리를 발로 찰 때 저 안에서 벌떡 서는 것

나는 저것을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저 안에서 누가 피아노를 친다.

나를 둘러싸는 막

 

불이 꺼진 보따리

오래 이주하는 동안

 

때때로 짐이 바뀐다

 

내 보따리는 어디 있나

나는 그걸 버리러 온 건데

 

아무도 못 열게 꽁꽁 싸매서

모두 나 샐을 뒤지다 갔다

 

나는 너의 침대에서

얇은 이불의 뒤집어쓴다

 

보따리는 움직이고

걷어차면 서고 솟아오른느데

나는 저것을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던지면 사람처럼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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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황.

무언가가 안에 든 보따리는 

걷어차여지고, 걷어 차면

누가 죽는다.

 

보따리 안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내가 버리려던 보따리는 어디로 가고

아무도 못 열게 꽁꽁 싸맨 보따리를 펼쳐보겠다고

모두 내 살을 뒤지다 갔다.

 

다시 막을 뒤집어쓰고

보따리는 보따리가 된다.

 

보따리를 걷어차면 서고 솟아오르는데

보따리를 안아야할까 도망가야할까

 

오래 이주하다보면

때때로 짐이 바뀌는데

 

왜 사람들은 보따리를 계속 풀려고하고

 

던지면 사람처럼 깨질 거 같은

위태로운 보따리

 

나는 보따리를 안아야 하나

도망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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