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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책리뷰]

책 리뷰 독후감 : 식물학자의 노트 인문학책 추천

by 아주작은행성 2021. 7. 24.

아버지는 어느 꽃이 되어

 

이 책은 식물이 전하는 식물의 삶이 담겨있다. '신혜우'라는 식물학자는 식물이 건네는 말과 식물의 세계를 우리에게 읽어준다. 들은 적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와 닮은 개체를 본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생존을 위해 반응하고 적응하는 식물의 행동과 우리의 삶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적이고 치열한 사회. 단단하고 좁은 사회를 뚫고 나와 꽃과 열매를 피워내는 식물과 우리의 삶은 닮아있다. 

 

생명을 향한 강한 집념과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유연한 태도.

 

식물이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식물 군락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천이'라고 부른다. 식물은 아무것도 없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방법을 생각한다. 꽃가루를 날리고, 개화 시기를 바꾸고, 열매의 색을 달리하고, 줄기와 꽃을 땅으로 떨어트린다. 생존을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식물들. 삶은 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다. 

 

댕댕이덩굴, 분홍달맞이꽃, 한라투구꽃, 도깨비쇠고비, 번행초. 개구리밥

 

25살.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시고 무덤들에 놓인 꽃들을 보았다. 사람이 진 자리에 꽃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꽃이 배우고 싶어졌다. 3개월 플로리스트 학원에 다니는 동안 매일 새로운 꽃의 이름을 배우고 꽃의 얼굴과 눈을 맞추었다.

 

장미, 다알리아, 맨드라미, 안개꽃, 노랑튤립, 유칼립투스.

 

병든 이파리를 떼고, 꽃을 바라보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삶이 단순해졌다. 꽃이 시드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다시 피어날 거라는 기대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이름을 알고 있으니 반갑게 악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조금이나마 식물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식물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름을 아는 자의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이름을 알아도 그 죽음의 상징과 의미를 모를 때가 많다. 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섬뜩한 단어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죽음을 잊게 하는 것은 생명을 향한 집념이다. 하나의 종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물과 양분, 약간의 햇빛. 그 이후에는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냐의 문제 같다. 유연하게 벽을 올라가고,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유유자적 물 위를 떠다니고 싶다. 사막을 돌고 돌다 비가 내리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싶다. 어느 환경이든 적응하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적응한다면 반드시 꽃이 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위에 꽃이 피어났듯이.

 

식물의 세계에서 강하다는 말은 힘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를 뜻합니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일은 어쩌면 이동이 가능한 동물이나 인간보다 식물에게 더 절박한 상황일 겁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곧 소멸을 의미하니까요. 인간 또한 수많은 변화를 겪고, 새로운 환경에 놓입니다. 두려움이 앞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간을 버텨내고 적응한다면, 오래 기억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오래된 귀화식물처럼 말이죠.

-식물학자의 노트 P.99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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