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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피터[이주의 시인]/손미 - 양파공동체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민음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시집 추천 : 손미 시인 - 흔들다

by 아주작은행성 2021. 8. 2.

손미 시인 : 민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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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

 

버스 운전사가

맞은편

버스를 향해 손을 듭니다

 

복도에서 우리는 모르는 척 지나쳤습니다

 

생선 옆구리에 박히는 칼날

흔들리던 몸은 두 개가 되었습니다

 

살을 씹는 너의 볼을 봅니다

너를 보면 나는 아직 흔들립니다

 

불빛들은 사납게 달려옵니다

 

우리 중 누가

똑바로 가고 있습니까?

 

버스 운전사가 다가오는 불빛마다 손을 듭니다

아무도 없는 긴 도로를 향해

자신의 절반을 향해

번쩍

 

아무도 없는 정류장

 

버스에 두 자리가 비었고

나는 저기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봅니다

 

정말 따로 갈 수 있습니까

왜 내게서 너 같은 게 떨어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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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짐에 관한 시같다.

모른척 지나가는 것들은 흔들리는 섬광 같다

감정이 희미하지만 무언가 놓쳤다는 느낌

 

빛이 많으면 길을 잃는다

똑바로 가고 있는지 희미해진다

 

모든 불빛을 보며 

지나간 섬광을 보며

손을 흔들 때

 

나는 나를 놓치게 된다

 

나 자신을 모른 척 지나가는 시간

섬광과도 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내게서 내가 떨어진다

 

내가 모른척 한 시간은 

내가 보기에도 꼴보기 싫다

 

왜 내게서 나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모른척 지나가고 싶다.

 

번쩍

 

모든 걸 모른척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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