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시인 : 민음사 -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수록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서로를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을 당신을 위해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날카로운 개성의 시편들을 보여 준 손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람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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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
버스 운전사가
맞은편
버스를 향해 손을 듭니다
복도에서 우리는 모르는 척 지나쳤습니다
생선 옆구리에 박히는 칼날
흔들리던 몸은 두 개가 되었습니다
살을 씹는 너의 볼을 봅니다
너를 보면 나는 아직 흔들립니다
불빛들은 사납게 달려옵니다
우리 중 누가
똑바로 가고 있습니까?
버스 운전사가 다가오는 불빛마다 손을 듭니다
아무도 없는 긴 도로를 향해
자신의 절반을 향해
번쩍
아무도 없는 정류장
버스에 두 자리가 비었고
나는 저기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봅니다
정말 따로 갈 수 있습니까
왜 내게서 너 같은 게 떨어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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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짐에 관한 시같다.
모른척 지나가는 것들은 흔들리는 섬광 같다
감정이 희미하지만 무언가 놓쳤다는 느낌
빛이 많으면 길을 잃는다
똑바로 가고 있는지 희미해진다
모든 불빛을 보며
지나간 섬광을 보며
손을 흔들 때
나는 나를 놓치게 된다
나 자신을 모른 척 지나가는 시간
섬광과도 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내게서 내가 떨어진다
내가 모른척 한 시간은
내가 보기에도 꼴보기 싫다
왜 내게서 나같은 것이 존재하는지
모른척 지나가고 싶다.
번쩍
모든 걸 모른척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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