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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의 일기

오늘의 화자는 사진을 찍습니다.

by 아주작은행성 2023. 6. 13.

요즘은 루틴과 아웃풋에 대한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저축은 정해진 계획과 일정대로 잘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빠져나가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일상을 반복해야 합니다. 남은 돈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장거리 달리기에는 페이스 조절이 필수라고 합니다. 5년 동안 변하지 않을 일상을 잠시 그려보다 정리 정돈과 생각 정리에 관한 책 두 권을 구매했습니다. 돈에 대한 고민이 적어지니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직장에서 보내는 9~10시간, 아르바이트 1시간, 2시부터 6시까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나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유튜브에 ‘갓생일지’라는 영상을 봅니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인센스 스틱을 피우는구나. 오늘 할 일을 기록하는구나. 러닝머신을 뛰며 영어강의를 듣는구나. 출퇴근 버스에서 독서 앱으로 책을 읽는구나. 퇴근 후 헬스장을 가는구나. 친구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영어 스터디를 하는구나. 갓생일지 영상을 편집하는구나. 책을 요약하고 정리하는구나. 11시에 잠이 들고 다시 6시에 일어나는구나. 창문을 열고 인센스 스틱을 태우는구나.

연기처럼 하루가 사라지고 다시 하루가 열립니다.

 

미닫이가 닫히고 미닫이가 열리면 하루가 끝나고 하루가 시작됩니다. 창문과 열차, 버스와 엘리베이터, 다시 창문과 열차, 버스와 엘리베이터. 하루가 겹치지 않고 격리됩니다. 하나의 컷으로 나뉘어진 한 편의 영상으로. 노란 폴더 안에 수많은 파일로. 노트북을 닫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오늘은 무슨 요일이었을까요?

미감은 계절이 보내오는 온도에 따라 바뀝니다. 니트에서 민소매로, 샌들에서 워커로, 잎에서 열매가 되는 모습으로. 겹겹이 쌓인 컷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함께한 이들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흑백의 스태프 롤.  

 

오늘의 화자는 사진을 찍습니다.

환히 웃는 모습으로. 손가락으로 날짜를 접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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