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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의 일기

오늘의 화자는 지평선을 넘어갑니다.

by 아주작은행성 2023. 6. 16.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날이면 까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만약 내가 우주에 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구름을 넘어선 까만 어둠. 텅 빈 칠하지 못한 밤 한가운데. 약속할게요.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올게요. 잠깐만, 아주 잠깐만 우주에 다녀와도 될까요? 지구의 불빛들이 별들로 보이는 소우주. 우주복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네요. 살면서 내가 뱉는 호흡을 이렇게 뚜렷하게 들어본 적이 없어요. 혼자 있다는 두려움인지 빈 우주에 대한 경외감인지 모를 떨림. 아직 살아있군요. 왜 설레는 걸까요? 허둥대지 않고 눈을 크게 떠봅니다. 아아, 들리십니까? 여기는 우주입니다. 거기는 지구이지요? 우리는 서로를 먼지만큼 알고 서로를 먼지처럼 보고 있습니다. 먼지만 한 당신이 빛을 만들어 냅니다. 전등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실래요? 당신이 보기에 먼지만 한 나는 빛을 내고 있나요?


저는 태양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주에 숨기로 다짐했다는 건, 더 이상 어디로 향할지 정하지 않고 흘러가기로 다짐했다는 거니까요. 몸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공중제비가 이리도 쉬운 거였군요. 주변은 고요하고 어디가 앞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요. 떠내려가는 배 같네요. 맞아요. 우주를 표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라고 부를 수도 있겠어요. 수송선. 멀리서 봤을 때 빛나는 별처럼 보이면 좋겠어요. 이름은 샤이닝 스타호.


이제 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어리석다고 말해줄까요? 어리석다고는 누가 말해줄까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외롭다고 말하네요. 주변이 너무 고요해요. 잠이 쏟아져요. 깊은 잠을 자고 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겠죠? 다 잊고 다시 돌아갈 수 있겠죠?


강을 넘어간 배는 사람들에게 잊혀집니다.
반짝이는 별. 이게 당신의 이름입니다.


오늘의 화자는 지평선을 넘어갑니다.
아침 해가 뜨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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