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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책메모]

책 읽기 독후감 : 쥬드프라이데이 - 길에서 만나다 웹툰 추천

by 아주작은행성 2021. 7. 24.

 

길에서 만나다 : 헬로 스트레인저

P.38 : 사람의 얼굴처럼 길에도 표정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감촉을 느끼고 싶은 돌담이 있는가 하면 차가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골목도 있고 담쟁이넝쿨이 뒤덮여 계절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정을 바꾸는 길도 있다.

 

어느 동네의 골목을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민의 성향에 따라 길의 모습이 바뀐 건지 그 반대인지 알 수 없지만 가까이에 있으면 닮는다는 건 사람과 길에도 적용되는가 보다.

 

P.68 :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이 받은 인상의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자신의 입술로

 

어째서 자신의 기분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까? 감정의 표현으로 뭔가 말하려 하는 순간, “정말 그렇게 생각해?”라고 되물으며 나는 입을 막아버리고는 했다. 이처럼 불쌍한 이들 중엔 자신의 진심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밤을 새워 글을 쓰기도 하고 사진을 찍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이들 모두가 입으로는 자신의 심정을 전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재능이라고 말하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경우를 말하자면 그건 장애와 다를 바 없다. 손가락이 붙어 아무것도 쥘 수 없는 손처럼 말주변 없는 사람의 지나친 자기 번명이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 생각은 그렇다.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의 저녁이었다.

 

P. 92 :

“네 늦진 않았지만 느껴지는게 있어요”

“느껴지는거?”

“음, ‘난 아마 흥행 감독이 되진 못할 거야’라는 느낌.”

“어째서!?”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 나 자신과의 거리가 느껴지니까. 무엇보다 난 갈등을 좋아하지 않아요. 흥행 영화는 갈등을 만들고 그걸 풀어가는 요소가 필요해요. 갈등이 크고 깊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죠”

“그래서 평생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댈 생각인가요?”

“음, 찾고 있어요.”

“뭘 찾아?”

“내게 어울리는 갈등.”

 

P. 184 : <하늘은 지붕 위로> / 폴 베를렌

하늘은 지붕 위로 / 저렇게 푸르고 조용한데 /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 부드럽게 우는데 / 나무 위에 슬피 /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P. 206 :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 땐 가끔 물어보기도 해요. 신기해요. 기후에 따라 커피를 볶는 시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잖아요. 겉에서 봤을 땐 다를 것이 조금도 없는데 말이에요.

 

마치 그림 같지 않나요? 여과지 위의 커피에 뜨거운 물이 닿는 순간은 물감이 묻은 브러시가 캔버스에 닿는 순간처럼, 그 안에 모든 히스토리가 녹아내리잖아요. 커피의 맛도, 그림의 색채도. 작가의 그 색채, 붓의 터치에서 사람들은 화가의 삶을 상상하죠. 비록 그 상상이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때론 그런 역사나 환경과는 전혀 결부 짓지 않고 오직 그 자체만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해석해놓은 정보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표현된 느낌과 그걸 보는 자신만의 교감에 집중하는 거죠.

 

P.256 : 누구나 마음속에는 특별히 아끼는 장소가 한두 군데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곳은 대단히 멋지거나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일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장소에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아마도 그곳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다시 그곳을 찾아 동일한 좌표 위에 선다 하더라도, 어쩐지 그곳을 ‘같은 공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곳에 다시 선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구름의 모양에 따라 나뭇잎의 색에 따라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다른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담긴 기억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는 청년 시절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르헨티나 땅에 방을 디뎠던 그 순간, 이 그을 쓴 사람은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이 글을 다시 구성하며 다듬는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P. 282 : 아니, 잠깐.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해도 되는 거에요?

왜 자신없어?

뭐랄까, 아주 오래 기다렸던 일이 너무 갑자기 결정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요.

들어봐. 시계는 늘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지만, 시간은 절대로 시계처럼 흐르지 않아.

 

P. 299 : 어떻게 냉장고에 아이스크림 밖에 없어요?

유통기한을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요. 맛도 있고.

그래도 식사 대용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좀 심해요.

다섯 개 정도 먹으면 배 안 고파요.

그건 위가 얼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P.340 : ‘모든 사물은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흐려진다.’ 저는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공기원근법에 대해서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건 사물과 자신 사이에 수많은 공기의 층이 겹쳐지기 때문에, 멀어질수록 흐려지게 되는 거죠. 전 기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쁜 기억에서 멀어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죠. 새로운 일들이 하나둘 쌓이고 쌓여, 지나간 일들을 가려주겠죠.

 

길에서 만나다 : 굿나잇 혹은 굿모닝

P.19 : 이기적이고 차가운 마음은 잘 변하지 않지만 선량한 마음은 결국 자신이 먼저 지쳐버리고 말거든. 매일 차갑게 대하다가도 아주아주 가끔씩 따뜻함을 보여주면, 아, 역시 난 이 사람을 좋아하나봐! 라고 생각하는 거지. 반면에 매일 친절한 모습만 보이다가 냉정한 모습을 보이면, 크게 실망하게 되는 거야. 아주 크게. 언젠가 느낄 실망을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 끔찍하잖아. 그래서 난 착한 사람이 싫어. 저 사람은 언제 변할까, 불안해하는 게 싫거든. 차가운 사람에게 듣는 백 마디, 아니 백만 마디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따뜻함을 기다리는 게 더 좋아.

 

P.33 : 그는 마치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젊은 병사처럼 보였다. 우리는 늘 무언가와 싸우고 있지만 사실 그 대상을 모를 때가 많다.

 

P.42 : 그동안 여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 생존을 위해 쓸데없는 고집을 버렸을 뿐.

 

P.56 :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걸 가졌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간절함을 보았다. 간절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값비싼 보석을 휘감고 있는 사람보다도 고귀한 빛이 난다. 광원이 다르다. 태양과 조명처럼.

 

P.60 : 1년 전만 해도 미래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변할 것 같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건 정말 끔찍하잖아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 개학 전날 몰아 쓴 초등학생의 방학일기처럼.

 

P64 : 그게 말이야, 사실 나도 잘 몰라서 그런 거야. 이건 애니메이션이 아니잖아. 내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연기는 해석이 필요하고, 알겠지만 그건 배우의 몫이거든.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너의 베리에이션을 보고 싶었어. 또 그 모습이 꽤 재미있었고.

 

사수가 자신의 총에 대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유효 사정거리야. 그걸 알아야 조준이 가능하지. 우리가 처음 호흡을 맞추었을 때에 비해 네 연기의 폭도 많이 변했고, 때문에 난 그걸 알아둘 필요가 있었어. 네가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 알고 싶었어.

 

P.75 : 생략해버린 선, 바꿔버린 색.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사물을 보는 거죠. 하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면, 풍경이 가진 그만의 자연스러움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가끔, 그런 기분도 들어요. 내가 만든 왜곡된 세계에 갇혀버리는 거죠.

 

P.81 : 영화감독이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상상한 이야기를, 이미지를 프레임 속에 최대한 가까이 재현하는 일, 그것뿐이야. 물론 거기엔 수많은 방해들이 있지. 변덕스러운 날씨, 장비고장, 스태프들의 실수, 배우들의 실력. 원하는 장면을 얻으려면 늘 자신과 또는 누군가와 싸울 수밖에 없어. 지금 당장은 욕을 좀 먹겠지만 원하는 장면을 얻을 때까지 포기하면 안 돼. 여기까지 왔으면 끝까지 가는 거야. 내가 평가를 받고자 하는 건 내 인간성이 아니라 내 영화니까.

 

P.89 : [기대가 된다. 나의 미래가 기대가 된다.] 여기에 있을 이유를 찾았나보지?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역시 안 좋은가요? 사람은 절대 서서히 변하지 않아.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지. 절실한 마음이 생기는 순간.

 

누구나 멋진 미래를 바란다. 하지만 그 미래를 손에 쥐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미래를 꿈꾸는가. 나는 얼마나 너의 옆에 다가가고 싶은가. 나는 얼마나 너를 즐겁게 해주고 싶은가. 우선은 그것만 생각하자.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어 너를 만나고 싶다는. 그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기다린다. 내가 바라는 멋진 미래를.

 

P.112 : 때로는 아름다운 기억이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데 방해가 된다.

 

P.132 : 바보처럼 몸이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만약 당신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나간 시간에 비례해 성장해야 할 것이다. 감정에 치우쳤던 지난날에 비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어제에서 오늘처럼, 또 오늘에서 내일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감각은 녹슨 칼처럼 무뎌질 것이고 시간은 언제나 기억을 미화시킨다. 당연히 불행한 것보다 행복한 것이 현명한 삶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크게 기쁘지 않아도 웃으며 사는 것이 좋다. 당신에게 행복만이, 오직 행복만이 삶의 목적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바란다.

 

P.142 : 계절이 바뀌는 건 달력에 적힌 절기나 뉴스에 나오는 기온의 수치가 아니라 아, 가을이 오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인 것 같아요. 전 계절이 바뀌는게 좋아요.

 

P.166 : 사진 속에는 피사체의 모습뿐 아니라 그 풍경의 시간까지 담기기 때문이다. 난 이 시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연히 만날 수는 있지만 우연히 헤어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P.208 : 해야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말들은 작은 먼지가 되어 바닥에 쌓여 있다가 잊혀 있다가 오늘처럼 떨어진 빗방울을 맞고 튀어 올라, 진한 흙냄새가 되어 코끝을 찌른다.

 

P.301 : 이곳에서 ‘대장’이라고 불리는 선배는 제 고민에 이런 방법을 알려주더군요.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주의 깊은 관찰이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제가 사진을 보여주려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뭘 입는지 뭘 먹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아보라는 거죠.

 

“그런데 그럼에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건” 대장은 이렇게 덧붙였어요. “그럼에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건 우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야.”

 

사진이란 건 선물과 같아서 자신이 싫어하는 걸 상대에게 선물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제게는 아주 풀기 어려운 문제였고, 그래서 늘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어요. 물론 아직도 그 문제를 풀고 있죠. 아마 제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는 동안은 계속 찾아야 할 거예요. 그리고 이건 사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도 많이 닮아 있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도 역시, 자신을 먼저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P.307 :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은 찰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존중에 가깝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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